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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

[영화리뷰] 제목이 너무 친철혀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by 더공 2010. 11. 19.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아직 못보신 분들이 많아 스포일러성 내용과, 영화 스틸컷은 되도록 안썼습니다. 1년 후 좀 더 세밀한 내용으로 정리하겠습니다. 영화를 보는 것은 본인의 판단이므로 제 글을 읽으시고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원래의 포스터는 옆의 이미지처럼 너무 공포영화처럼 나와 있습니다. 맨 위의 장면은 이 영화의 전환점을 맞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내용은 강렬하면서도 여운이 많이 남았습니다. 감동이나 그 어떤 기억 보다도 또 다른 매력의 한국 영화로 기억에 남습니다. 폭력적이지만 이상하게 폭력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공포스럽지만 이상하게 공포스럽지 않고, 슬프지만 이상하게 슬프지 않는 그런 이상한 여운으로 남을 듯 합니다.

실제 개봉 당시에는 제목 때문에 극장을 찾지 않았었죠. "그냥 뻔한 스토리의 다소 웃긴 영화거니" 이러한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입니다.


무슨 영화길래 신인 감독상?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그런데 알지도 못하던 이 영화가 곳곳에서 상을 탔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요즘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7억원의 저예산으로 만든 영화가 온갖 화제를 뿌리며 상을 휩쓸고 있는 기사가 연일 나옵니다. 아래는 개봉 이후 받은 영화제 수상 내역입니다.


2010.11.18. 대한민국 영화대상 : 서영희 여우 주연상 (축하합니다)
2010.11.18. 대한민국 영화대상 : 장철수 신인 감독상 수상
2010.11.09. 제 30회 영평상(영화평론가협회) : 서영희 여우연기자 수상

2010.10.30. 대종상 : 장철수 감독 신인감독상 수상
2010. 미국 판타스틱 페스트에서 :  관객상, 여우주연상 수상.
2010. 63회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 초청
2010. 제 14회 부천 국제판타스틱 영화제 작품상, 여우주연상, 후지필름이터나상 수상
2010. 제 4회 시네마 디지털 서울 영화제 : 버터플라이 상

가만 보면 실제 이슈가 될만한 큰 영화제의 상은 대종상 신인 감독상 하나인데 비해 다른 영화제에서는 관객상과 여우상등을 탑니다. 즉, 영화 관계자들의 눈 보다는 관객의 눈에는 볼만한 영화이고, 기억에 남을 만한 영화라는 것이죠.

더군다나 일반인, 전문가 평점은 8.0 이상의 점수를 기록할 만큼 높습니다. 참고로, 포털 사이트에 있는 영화 평가라든가 댓글은 안보고 영화를 보시기 바랍니다. 스포일러가 너무 난무합니다.


STORY : 태양을 한참 째려 봤더니..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미움이나 폭행이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외딴 섬에서 살고 있는 김복남(서영희)는 어렸을 때 해원(지성원)이 보여준 작은 친절 하나로 살아간다. 남편과 시엄마, 동네 여자들과 남자들의 온갖 폭행과 손가락질 속에서도 "세상은 친절한 사람도 있다"고 믿으면서 말이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해원(지성원)은 그녀가 유일하게 불친절하지 않게 느끼는 사람중 한명이다. 김복남에게 가장 필요한 순간에 해원은 진실을 외면한다. 그리고 감자를 캐던 김복남은 말한다. "태양을 한참 째려봤더니 말을 하대.. 참으면 병 생긴다네~" 비로소 김복남이 세상을 향해 몸으로 소리를 치는 순간이다.


배우 서영희의 힘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은 몰입도가 상당하다. 정말 영화가 끝날 때 까지 단 한순간도 자리를 뜰 수 없을 정도의 몰입도를 자랑하고,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싶을 정도로 타임머신 기능을 보여준다. 물론 그 중심에는 김복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 영화는 극 후반부까지 김복남이 왜 살인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김복남은 살인을 한다. 그런데 왜 살인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극 초반에 나왔던 해원(지성원)의 연기가 아니라 실제 주인공인 김복남(서영희)의 신들린 듯한 섬마을 아낙내의 연기다.

정말 연기가 아니라 실제 그곳에서 살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돌맹이 투성인 길바닥에서 온 몸을 던진 연기는 따로 박수를 보내지 않더라도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알 듯 하다. 한 장면 한 장면, 행동 하나 하나까지 정말 감탄사가 나온다. 감자를 캐는 모습, 헐렁한 몸빼 바지에 화장기 하나 없는 새까맣게 탄 얼굴, 그냥 대충 정리한 머리, 구수한 사투리까지 어디 하나 흠 잡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

대종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왜 못탔는지 이해가 안될 정도로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녹아 들어 있다. 마치 뜨거운 물에 설탕을 넣으면 금방 사라지듯이 말이다. 영화가 서영희를 살렸는지 서영희가 영화를 살렸는지는 이 영화를 보면 바로 알 수가 있다. 이러한 연기를 과연 누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점이 들 정도다.

"서영희라는 여배우가 이 정도였나?" 할 정도로 다시 보게 됐다. 정말 그녀의 열정과 연기에 모든 찬사를 보내도 손색이 없다.


너무 잘 만들어 아쉬운 영화
정말 잘 만든 영화다. 스토리의 힘과 서영희씨의 연기가 빛을 발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물 흐르듯이 흐르고, 아역 연기자부터 노망든 할아버지, 그리고 동네 아낙들, 가장 괴롭히는 남편까지 무서울 정도로 현실감이 넘친다.

하지만 단 한 부분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드는 장면이 나오니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있을 듯 하다. 나중에 감독판이나 다른 버전의 스토리를 기대해 본다. 또한 스릴러로 넘어가는 부분에 다소 잔인한 장면이 나올 수 있으니 그런거 싫어하는 사람은 꺼려할지도 모르겠다.


"넌 너무 불친절혀"
이 말을 왜 자신을 괴롭히던 사람들에게 하지 않았을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다. 그리고 왜 그런말을 했을지에 대한 이야기만 해도 참 많은 말이 나올 법 하다.

우리 사회는 너무 불친절하다. 또한 그런 불친절이 당연한듯 느끼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이 영화가 좋았던 점은 "그래 나쁜놈은 그냥 죽어야지 살아서 뭐해"라는 공식 말이다. 누가 봐도 나쁜 놈들인데 세상에 알랑방구 뀌는 그런 놈들에 대해서 과감하게 낫을 드는 것은 대리만족까지 느끼게 해 준다.

아저씨, 악마를 보았다처럼 이 영화 또한 악당을 향해 과감하게 낫을 든다. 처음 다큐멘터리 같던 영화의 흐름은 순식간에 스릴러로 변한다. 반전 중에 이런 반전은 없다. 아무런 영화 정보 없이 보다가 정말 깜짝 놀랐다. 이 영화의 분류가 <스릴러>로 분류된 것은 김복남이 복수를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장면 때문일 것이다.

특히나 그 불친절하게 대했던 사람들에게 김복남이 베푼 친절함은... 어떻게 저런 스토리를 생각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슬프다 못해 눈물이 맺힐 정도다. 그래서 이 영화가 너무너무 사랑스럽고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영화다.
 
이 영화가 추석때 다른 블록버스터 영화들처럼 홍보를 많이 하고, 많은 개봉관에서 상영을 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대접을 받았을텐데 하는 불친절한 세상을 보는 듯 하다. 그래도 이렇게 늦게나마 이런 영화를 알게 됐으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PS.
-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입니다. 청소년 분들은 이 영화를 한참 시간이 지난후에 봐 주세요. 영화 한편 안본다고 해서 사는데 지장 없잖아요.

- 많은 분들이 스포일러 강한 내용을 쓰고 계시는데, 우리.. 그러지 말자고요. 다른 분들이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이라는 영화를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거잖아요. 스포일러를 적어 놓으면 방문객은 늘어나겠지만, 이 영화를 안보신 분들에게 너무 불친절 한거잖아유.



ⓒ 더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