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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Travel

기부가 만들어낸 안양 삼덕공원

by 더공 2011. 2. 8.

“안양시민들의 희생과 도움으로 이만큼 회사가 성장했으니, 당연히 안양시민들에게 돌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 전재준(全在俊) 삼정펄프 회장 (1923년 6월 15일 ~ 2010년 10월 12일) -


2009년 이후에 안양에 이사 오신 분들이라면 이 공원에 대해서잘 모르실 수도 있습니다. 전에는 이 공원이 있던 자리에 거대한 공장이 있었습니다. 펄프로 여러 종이 관련 제품을 생산하던 공장이었고, 안양시장 맞은편 2차선 도로 한쪽 벽은 공장의 허름한 담벼락이 200미터 이상 길게 있었습니다. 공장 굴뚝에서는 항상 하얀 연기가 피어 오르던 곳이었습니다.


삼덕공원 기부 이야기
삼덕제지 공장터를 2003년 안양시에 공장터 350억원 이상의 16,008㎡을 시민을 위해 무상으로 기부를 했습니다. 단 하나의 조건이라면 공장 굴뚝만은 남겨 달라는 것이었죠. 삼덕공원은 그냥 평범해 보이지만 안양역 사거리에서 200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말 그대로 안양시에서도 노른자위 땅 입니다. 이 자리에 집과 빌딩을 짓는다면 수백억의 돈을 앉아서 벌 수 있는 곳인데도 가족들 또한 흔쾌히 동의를 했다고 합니다.

더욱이 감명 받았던 것은 안양 공장을 경상남도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별다른 잡음이 없이 깔끔하게 이사를 마쳤다는 것입니다. 보통 회사가 이전을 하게 될 경우에 노사분규라든지 노동자 처우에 관해서 말이 많은데 그런 것이 전혀 없었습니다. 즉, 같이 따라오지 못하는 직원들에게는 퇴직금 이외에 근무 년수에 따라 최고 2,500만원까지 지급하면서 이사를 마쳤다고 합니다.

사실, 삼덕제지의 안양시 나눔은 공장 부지를 기부하기 전부터도 있었습니다. 일요일에 공장문을 닫는 날에는 항상 공장 문 앞에서 두루마리 휴지를 아주 싼 가격에 팔고 있었습니다. 일부의 사람들은 멀리서까지 차를 타고와서 화장지를 구입해 가곤 했었죠.



순조롭지 않았던 공원 개장
2003년에 기증했지만 실제 공장이 헐리고, 공원이 세워진 것은 2009년에 되서야 공원이 개장을 합니다. 원래는 아무런 이유 없이 시민들에게 필요한 공원을 만들어 달라고 했지만 시에서는 주민 편의를 위한다는 것으로 지하주차장 설치, 굴뚝 철거등을 하겠다고 나서자 처음 기부 취지와 다르다 하여 말이 많았었죠.

그러다 KBS, MBC, SBS 방송 3사에서 기부자의 뜻과 다르게 추진된다고 하면서 대서 특필되고, 안양시 홈페이지는 마비될 정도로 네티즌의 글로 넘쳐나게 됩니다. 결국 굴뚝은 안전상의 이유로 철거를 하는 대신 대체 상징물로 조성 하기로 하고, 지하주차장은 건설을 하지 않으면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2003년에 기증을 하고, 여러 타당성 검토 조사를 마친 후, 2009년 4월22일 개장을 하게 됩니다. 무려 6년의 시간이 걸렸고, 공원은 기부자의 뜻에 따라 시민을 위한 공원으로 탄생되었습니다.


날씨가 조금 풀려 공원에 나가보니 많은 분들이 산책도 하시고 운동도 하시고, 아이들과 한무리의 여고생들이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있더군요. 날 따뜻한 저녁나절에는 사람이 참 많은 곳입니다. 밤에도 조명이 은은해서 전혀 무리 없이 돌아볼 수가 있는 곳이지요.



삼덕공원 광장의 모습입니다. 원래 있던 굴뚝은 상당히 큰 규모였는데 안전상의 이유로 헐리고, 똑같은 색상으로 칠해진 굴뚝 모형이 있습니다. 간혹 디스커버리 채널을 보면 굴뚝 이사하기 같은 프로그램도 나오던데, 아직 대한민국에서는 그러한 건물 보존 기술력은 없는가 봅니다.




맨발로 걸으면 발바닥을 고통스럽게 하는 지압길도 있습니다. 많이 아파서 걷기 힘든 사람은 옆에 스테인레스로 된 무진장 차가운 펜스를 잡고 걸으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곳에서 신발 벗고 운동하는 사람은 한명도 못봤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병목안 공원보다는 놀이기구 양이 적지만 그래도 가까운 곳에 주택가가 밀집되어 있어서 그런지 많은 분들이 아이들과 사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더군요.




공원 옆에 있는 수암천 입니다. 전에는 이곳이 전부 복개천으로 주차장으로 사용되던 곳이었습니다. 콘크리트를 싹 걷어내고 지금은 한창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를 만들고 있습니다. 빨리 자전거 도로가 완성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동안 자전거 타고 다니려면 목숨걸고 안양시내 도로를 가로질러서 안양천까지 나가야 했었는데 정말 기대가 많이 됩니다. 다만 수로가 다소 얕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름에 비가 많이 오면 정말 겁나게 물이 불어나거든요.
이곳이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공장이 있던 자리였고, 담으로 있던 곳이라면 믿을 수 있는 분이 많지 않을 겁니다. 공원으로 조성되면서 도로도 2차선에서 4차선으로 넓어졌고, 주변 주민들은 연기와 분진 대신에 공원을 얻었으니 기업의 기부로 인한 삶의 변화가 얼마나 늘어 났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 저는 이 글을 쓰면서 故 전재준 회장의 기업 활동 당시를 추앙하거나, 살아 생전에 기업운영에 대해서 미화하고자 하는 마음은 절대 없음을 밝힙니다. 기업 기부를 통한 공원 이야기로만 읽어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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