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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

[영화리뷰] 러브레터 - 다시 겨울로

by 더공 2010. 10. 20.


당신의 연인은 제 기억속에 살아 있습니다.
그가 마지막 매운 숨을 내 뱉었을 하얀 눈밭에서
아직도 변치 않는 나의 사랑을 느낍니다.
가슴속에 묻어둔 내 사랑을 담아 그가 있는 하늘로 편지를 씁니다.



Love Letter

오겡끼데스까? 와따시와 겡끼데스~
(おげんきですか? わたしはげんきです。)

<러브레터>를 대표하는 말. 어디서든 이 대사 하나면 "아! 러브레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명한 영화다. 또 한가지는 이 영화의 화면인데 훗카이도 지역의 오타루라는 곳의 아름다운 영상으로도 기억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의 묘미는 역시 인물들의 스토리가 아닐까 싶다. 러브스토리라는 영화를 더욱 더 즐기려면 “초반집중”해서 보면 된다.

영화 초입 부분에서 집중하지 못하고 건너뛰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영화 감상평은 “도무지 헷갈리는 영화, 영상만 아름다운 영화” 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인물의 위치가 헷갈리는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한번만 삐끗 해버리면 어디에 사는 "후지이 이츠키"인지 "와타나베 히로코"인지 모를 수 있다. 이 영화를 이제 접하거나 다시 보는 사람 중 헷갈리는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인물 설명을 하자면 아래와 같다.

고베 : 와타나베 히로코(여 : 나카야마 미호)
훗카이도ㅣ오타루 : 후지이 이츠키(여: 나카야마 미호)/ 후지이 이츠키 (남:고베로 전학을 감)

"후지이 이츠키(남)"은 오타루에서 고베로 전학을 가게 된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고베에서의 "후지이 이츠키(남)"가 사망한 뒤 2년이 지난 후부터 시작된다. 실제 거리상으로도 고베와 오타루는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다. 일본 본토에 살고 있는 일본인들 조차 마음대로 왔다갔다 하기에는 쉽지 않은 그런 공간을 배경으로 삼았다.

쉽게 왔다 갔다 하는 그러한 설정을 애초에 없애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예 다른 나라에 있어서 불가능할 정도의 거리는 아니다. 갈 수는 있지만 너무 먼 곳. 편지의 주인공을 한번 찾아가려면 시간을 내서 비행기를 타고 왔다갔다 해야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서로간의 공간적 배경은 아주 멀리 떨어진 곳으로 삼았다.

가까이에 살고 있다고 한다면 이러한 이야기가 나오기 힘든 까닭이이다.

그렇지만 러브레터 촬영의 대부분은 오타루에서 찍었다. 회상씬이 많고, 아름다운 영상을 담아내기엔 최적의 장소였기 때문이다.



미스테리

<러브레터>는 일본 특유의 삶과 죽음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 영화의 몇몇 작품에서 나오는 시간을 건너뛰고, 서로 다른 공간 속에서 같은 인물을 만나고 하는 영화다. 가장 가까운 예로는 시간과 공간을 마구 넘나들었던 지브리 작품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문만 열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 있을 테고,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사이에 미래의 자기 남편과 아이를 만나고 온다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일본 영화중 일부는 X-File을 능가하는 미스테리물 같은 느낌을 들게도 한다. <러브레터> 또한 위의 몇몇 영화에서처럼 시간과 공간을 교묘하게 비틀어댄다. 같은 공간에 똑같은 사람이 있고, 전학 간 곳에서는 이름만 다른 똑 같은 얼굴의 여자가 있다. 남자가 죽고 다른 곳에 있는 여자가 옛날 주소로 편지를 보내고, 그 편지를 똑 같은 얼굴의 여자가 받아서 답장을 하고, 오랜 기억 속에 묻혀 있던 첫사랑의 기억을 되찾는다. 이거 참으로 헷갈리는 구조다.

더군다나 원래 있던 “후지이 이츠키(남)”의 집은 이미 헐리고, 그곳은 길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우체부는 같은 이름의 “후지이 이츠키(여)”의 집으로 우편물을 배달하게 된다. 우연과 우연이 겹쳐지면서 이야기는 현실이 되고, 그 현실은 큰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의 이야기보다 더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멀더”였다면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The truth is out there)"는 말 하나로 끝내면 그만이지만 <러브레터>에서는 끝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보다 더욱 큰 미스테리물이라고 볼 수도 있다.



관객을 위한 작은 배려

영화는 그러한 착각을 좀 더 쉽게 구분 짓기 위해 오타루에 있는 “후지이 이츠키”는 심한 감기에 걸린 것으로 설정이 된다. 그와는 반대로 고베의 오타루는 건강하게 나온다. 만약 고베의 “와타나베 히로코”같이 둘 다 건강한 설정이었다면 관객은 심한 착각과 큰 혼란 속에 영화를 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오타루에 있는 “이츠키(여)”는 처음부터 기침과 마스크를 생활처럼 끼고 살고 있고, 고베의 “히로코”는 건강한 모습으로 나온다.



후지이 이츠키의 첫사랑

오타루에 살고 있는 “후지이 이츠키(여)”는 고베에 사는 “와타나베 히로코(여)”가 보낸 편지가 실마리가 되어 그의 자취를 따라가며 오래 전 기억 속에 숨어 있던 첫사랑을 기억해낸다. 첫사랑이 그리 쉽게 잊혀질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후지이 이츠키”는 사랑했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아련하게 어렸을 적 기억으로 그런 아이가 있었다는 정도였을 것이다. 하나하나 기억을 찾아가다 보니 “아….. 그것이 사랑이었구나!!”하지 않았을까? 자신이 정말 좋아했었는지 모르는 그런 어렸을 때의 감정은 성인이 된 후에 기억나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은가.
<러브레터>첫장면이다. "와타나베 히로코"가 눈밭에 누워 있다. 추모식 2주년 되는 해에 산에서 실종한 "후지이 이츠키"의 감정을 느끼기라도 하듯이 가만히 숨을 끝까지 참고 있다가 뱉어낸다. 추모식이 끝난 후에 "이츠키"의 집에 찾아간 "히로코"는 오래전 앨범에서 "이츠키"의 옛 주소로 편지를 보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몇몇 사람은 첫 장면의 여자는 오타루의 "이츠키"라고 말을 하는데, 분명하게 말하자면 첫 장면의 인물은 추모식에 참석한 고베의 "히로코"다.

논란이 되는 첫 장면 추도사에서 3년이라고 말을 하는데(대사도 3주년, 자막도 3주년) 분명 편지는 "이츠키"가 죽은지 2년 후부터 보낸거라서 아직까지도 많은 말이 나온다. 하지만 영화의 흐름상 "히로코"의 의상과 장신구는 처음 "이츠키"의 집으로 가서 오래전 앨범에서의 주소를 찾기까지 동일한 의상이다. 진주귀걸이와 진주목걸이. 그리고 옷의 동일함으로 "히로코"가 분명하다.

다만 왜 첫장면에서는 추모 3주년이라고 했으면서 편지는 2년째부터 보낸 것일까? DVD 스페셜피쳐에 나온 내용이라고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지만 dvd 안에도 2주년이라고 나와 있는 것을 보면 한국 계산법으로 2년이 맞는 것이다. 일본에서 추모하는 기일을 계산하는 방식은 한국과는 달리 사망한 날 +1년을 더해서 말을 한다. 즉 한국으로치면 추모 2주년인데 일본에서는 3주년이라고 말을 한다.
고베에 살고 있던 "와타나베 히로코"는 오타루에 살고 있는 "이츠키"의 집에 찾아간다. 그곳에서 "이츠키"는 만나지 못하지만 편지를 써서 우체통에 넣고 돌아오는 길에 자신과 똑같이 생긴 "이츠키"를 보게 되지만 그냥 스쳐 지나갈 뿐 서로 대화를 나누거나 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과거를 회상하는 '이츠키". 자신이 그 때 그를 사랑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낸다. 그 기억은 고스란히 편지에 담아 고베에 살고 있는 "와타나베 히로코"에게 전해준다.



DVD

오래전에 나온 DVD지만 일본영화가 DVD 제작하는데 신경을 많이 쓴 느낌이 그대로 묻어나온다. 홍콩이나 중국 영화, 그리고 오래전 한국영화 DVD는 비디오 화질보다 못한 화질과 음성 어설픈 서플먼트를 삽입해서 실망감을 그대로 느끼는데 비해 <러브레터>는 스페셜피쳐와 화질 쪽에도 상당한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물론 감독의 음성해설이나 영화 이외의 부가 서플은 없지만 제작 정보나 영화 설명등 모든 부분이 한글화 되어서 한장짜리 DVD지만 꼼꼼하게 잘 만들었다고 보여진다.
점점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가을. 다가올 겨울엔 따뜻한 느낌의 러브레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