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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

[영화리뷰] 추억은 방울 방울

by 더공 2010. 12. 5.
おもひでぽろぽろ 추억은 방울 방울

おもひでぽろぽろ l 추억은 방울 방울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서 몇몇 작품은 몇번을 두고 봐도 잔잔한 재미를 줍니다. 1991년에 만들어진 이 작품 또한 옛 이야기가 궁금해질 때 한번씩 꺼내 보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색상톤 또한 상당히 밝고, 스토리도 가볍기 때문에 아이들과 같이 시청을 해도 좋습니다.

하루하루가 변함 없는 도시의 일상을 보내던 "다에꼬"는 여름 휴가를 시골로 가게 됩니다. 시골에서 일을 하며 잊고 있었던 학창 시절을 다시금 기억하게 됩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의 사소한 사건들을 기억하며 진정한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다에꼬"가 생각하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풋풋한 사랑의 기억과 더불어 수채화 같은 풍경의 화면은 보는 이에게 오래도록 아름다운 첫사랑의 기억으로 남을만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추억은 방울방울 (おもひでぽろぽろ: Memories Of Teardrops, 1991)
감독 : 다카하타 이사오
이마이 미키, 야나기바 토시로, 혼나 유코

귀하디 귀한 파인애플을 사온 아버지. 그 파인애플을 온 가족이 둘러 앉아 기대감 속에 먹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맛이 없고 딱딱한 맛에 다들 실망하지만 "다에꼬"는 맛있다고 말하며 먹는다. 식구들은 <바나나>가 맛있다며 일어서지만.. 자신은 고집을 피우며 식구들이 남긴 것을 억지로 먹어 치운다. 결과는... 역시 과일의 왕은.. "바나나"

이런 사소한 일상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이 애니메이션은 그 누가 보더라도 무리 없는 작품입니다. 1991년 일본 개봉당시 211만명을 동원하며 흥행 1위에 올라 섰던 작품이죠. 애니메이션이 극장 개봉 1위를 하는 일본. 오죽하면 애니메이션이 실사 영화보다 더 재미있을까 하는 말이 나왔었죠.

이 작품 역시 지난번에 소개했던 <청춘스케치>처럼 "현재의 나"를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가부장적인 분위기의 집안 분위기 속에서 자란 다에꼬는 시골 생활이 그닥 좋았던 기억만으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잠깐 동안의 시골 생활 동안 "현재의 모습이 과연 옳은 것일까"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죠. 도시에서 생활하는 자신의 모습에서 자신이 진실로 원하는 것을 찾아 떠나는 애니메이션입니다.



1990년대의 일본 애니메이션
이제는 DVD로 편안하게 방 안에서 시청하고 있지만 90년대에는 일본 애니 한번 보려면 진짜 생쑈를 해야 했었습니다. 요즘 청소년들은 상상도 못하겠지만 이 작품을 얻기 위해서 그야말로 007 작전에서나 나올법한 작전으로 구입했던 기억이 납니다. 시청 지하철 몇시에 인천방향 첫번째 칸 입구에서 1만원을 주고 재빨리 검은 봉투에 든 비디오 테잎을 건내받은 것이죠.


자막도 없어서 대사를 하이텔에서 텍스트 대본으로 받아 프린트 합니다. 그 이후에 동시에 비디오와 대본을 봐 가며 시청했었죠. 이때 처음으로 일본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하게 했었습니다. 그러던 비디오를 한번 보고 두번 보고.. 돌려보고, 나중에는 비디오 테잎자체가 너덜너덜해질때까지 보곤 했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애정이 가는가봅니다. 그 너덜너덜해진 비디오는 어느새 사라지고 그 자리에 DVD가 딱 자리하고 있으니.. 흐르는 것은 작품뿐만 아니라 본인의 나이 또한 같이 먹어가는가봅니다.

기억에 남는 OST
보통 영화의 OST를 생각하면 잘 떠오르지 않는데 <추억은 방울 방울> 하면 바로 떠오르는 OST가 있습니다. 바로  
미야코 하루미(都はるみ)가 부른 THE ROSE 라는 노래가 마지막에 흘러 나오죠. 이상하게도 영상과 음악이 흡수된 느낌을 받는데, 바로 그 때문인지 <추억은 방울 방울>만 생각하면 실제 내용과는 다른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 더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