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Movie

[영화리뷰] 내 사랑 이바~ 월-E

by 더공 2011. 3. 27.
몇번이고 리뷰를 쓰려 했지만 참으로 쓰기 어려운 리뷰가 있습니다. 월-E가 그중 하나인데 이런 지고지순한 사랑을 한낱 미천한 글 솜씨로 표현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몇번을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다가 이제야 정리를 합니다.

     그의 사랑은 순수했으며, 무모하고도 태양보다 뜨거웠다.

영화의 주제는 사랑입니다. 말 할 상대조차 없는 지구에서 홀로 남은 남자. 말 그대로 700년이나 묵은 낡고 더러운 쓰레기 압축 기계입니다. 요즘 세상으로 본다면 방바닥을 하루 종일 돌아다니며 먼지를 쓸고 다니는 자동 로봇 같은 존재 입니다. 그에 비해 세련되고 깔끔하고 오로지 일 이외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여자의 이야기 입니다.

요즘 나오는 단순한 연애물과 비교해도 별다른 것이 없지만 그들의 사랑이 더욱 특별한 것은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사랑이 느껴진다는데 있습니다. 쓰레기 압축 로봇의 온 몸을 던진 사랑이 인류까지 구하게 만들었으니 실로 대단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암담한 지구의 미래

우리의 지구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월-E에서는 쓰레기로 인해 인간은 지구에서 더이상 살아갈 수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됩니다. 물은 고갈되고 환경 오염에 넘쳐나는 쓰레기로 인간은 청소로봇만 남겨 놓은채 지구를 떠나게 됩니다. 여기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지구를 떠나는 것이 단순하게 다른 행성을 찾는 것이 아니라 "청소"를 위해 떠나는 것이죠.

영화 초반에 보이는 수많은 빌딩 높이의 어마어마한 쓰레기는 그동안 인간이 버리고 떠난 지구의 쓰레기가 어느정도인지를 가능하게 만드는 장면입니다.

이 영화에서 인간은 결코 지구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다시 돌아갈 곳이 지구라는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다만 너무 더러워졌기 때문에 지구를 떠나는 것이죠. 인간이 버린 오염 물질을 청소로봇이 다 치운 후에 다시 돌아간다는 아주 단순한 발상입니다. 지구에 남겨진 청소로봇은 월E라는 것으로 태양열로 자가 충전을 하며 스스로 부품을 모아 수리를 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게 됩니다.

단순한 청소 업무에서 700년을 살게 된 월E는 스스로 지능이 발달하게 되고, 일이 끝난 후에는 영화를 감상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말 그대로 단순 반복적인 일에서 삶의 충전을 같이 하는 것이죠. 그렇게 일과 휴식을 반복하며 700년을 살은 월E는 어느날 한순간에 반할 미모의 여자를 만나게 됩니다. 사랑이 싹트고 그 사랑을 위해 온 몸을 던집니다.
   픽사(PIXAR) 작업 살짝 들여다 보기

월E는 무려 1,500개의 장면이 들어갑니다. 월E를 작업자 혼자 만들게 된다면 얼마나 걸릴까요? 제작자 "짐 모리스"는 혼자 시나리오 쓰고, 음악 만들고, 애니메이션 만들고, 각각의 모든 연출까지 도맡아 한다면 무려 442년이라는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감독은 아침마다 스케줄 담당에게 댄스 카드를 받습니다. 댄스 카드에는 하루동안 감독이 돌아야 할 검토 스케줄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스케줄대로 따라가며 평균 3.5분마다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한 장면에는 색채, 세트, 음향, 렌즈, 기둥, 종이, 빛, 캐릭터, 움직임, 표정, 캐릭터 모형, 쓰레기 담당까지 세밀한 작업의 분화로 월E는 만들어 졌습니다. 일반적인 영화를 만들 때보다도 더 많은 전문 인력이 투입이 되었으며 한 장면을 만들기까지 수백명이 동원된다고 하니 장면 장면이 쉽게 볼 수만은 없습니다.

실제로 월-E의 경우 모든 동작이 현실에서 똑같이 이뤄지는 실사 모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모든 팔과 머리가 내부로 쏙 들어가는 것은 가능한 설계에 의해서 만들어졌고, 비슷한 모형의 기계를 직접 타보고 움직임을 연구해서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이러한 설계와 실측에 의한 모델링으로 영화는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감 넘치는 장면이 완성된 것이죠.
     인류가 탄생하기까지...

이 영화의 후반부에는 인류가 등장을 합니다. 편리한 생활에 빠져 바로 옆의 인물과 직접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눈 앞의 화면으로 대화를 하는 말 그대로 게을러터진 인류입니다. 그러한 인류의 모습은 엄청난 살로 인해 풍선 같은 배와 제대로 걷지 못하는 모습으로 표현이 됩니다. 그런데 그러한 모습은 처음 월E의 모습에서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던 것이죠.

월E가 처음 외계의 우주선에 도착해서 보게 되는 장면은 우측의 젤리 형태의 외계인 입니다. 뼈가 없는 완벽한 젤리. 그러한 외계인은 몇번의 시나리오 작업을 거치며 점점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게 됩니다. 인류의 모습으로 변화를 하면서 이야기도 인류가 가진 사랑이라는 주제로 거듭나게 되죠. 더불어 전체적인 이야기도 지구를 떠난 인류. 그 안에 홀로 남겨진 월E와 이브의 뜨거운 사랑 이야기로 재 탄생하게 됩니다.

만약 처음 기획대로 젤리 외계인이 나왔더라면 인류가 사라진 지구에 새롭게 정착하는 외계인의 이야기로 변했을지도 모릅니다. 젤리 형태의 외계인이 등장했더라면 나와는 다른 그냥 외계인 이야기였을텐데 인류가 나옴으로써 좀 더 "나"라는 존재와 "월E와 이브"의 사랑에 더욱 동감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사랑한다면 손을 잡아 보세요

월 E에서 사랑의 교감은 서로의 손을 잡는다는 것으로 표현이 됩니다. "차갑고 거친 다른 로봇의 손을 잡을 때의 느낌이 어떤 것일까?" 영화 내내 그들 스스로는 이름만 부릅니다. 하지만 그들의 교감은 이미 오래전에 이뤄졌죠. 단 한번의 손을 맞잡는 행동에서 둘의 감정은 이미 저 멀리 하늘 끝까지 다다른 것입니다. 내가 너의 손을 잡음으로써 사랑은 이루어졌노라.

이 영화를 몇번이나 봤는지 모릅니다.
마치 무성영화를 보는 듯이 행동으로 표현되는 모습은 감탄사를 만들어내기에 충분합니다.
어린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이 봐도 즐거운 영화가 월-E가 아닐까 합니다. 실제 극장 개봉 당시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더더욱 집중해서 보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월-E (Wall-E, 2008)
감독 : 앤드류 스탠튼
벤 버트, 엘리사 나이트, 제프 갈린, 프레드 윌러드

※ 본 리뷰는 중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 사용된 이미지는 공식적으로 공개된 이미지임을 밝힙니다.
※ 이미지와 내용 발췌는 리뷰를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 영화의 취향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http://redtop.tistory.com 더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