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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Travel

여행블로거가 대처하는 자세

by 더공 2011. 1. 12.

자다가 내린 천안역

당황따윈 없다
전철에서 졸다가 잘못 내렸다 하더라도 당황하면 안됩니다. 여행 블러거는 담대해야 합니다. 절대 실수 했다는 생각을 하지 마시기바랍니다. 저... 자다가 천안까지 왔습니다. 무려 한시간이 넘게 전철 안에서 잠을 잤네요. 뭐 좋네요. 푹 자서 그런지 피로가 풀리는 기분입니다.

오랫만에 천안역까지 왔으니 저 멀리 보이는 천안명물 호두과자 작은거 하나 먹고 유유자작 카메라 들고 마치 여행객처럼 사진을 찍습니다.

여행 블로거는 당황따윈 안 합니다.
그냥... 여행 온 겁니다.

운행 하지 않는 날 찾아간 수원 시티투어 버스

오늘은 운행 안하나요?
네...
간혹가다 예약을 해야 가능한 것이 있고 시간대가 안 맞으면 경험하기 힘든 것이 있습니다. 특히 각 도시마다 시티투어버스가 많이 있는데 보통 비수기에는 사람이 많지 않아 인터넷이나 사전예약을 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수원시티투어 버스 찍었으니 여행 블로거로써의 임무는 완수 했습니다. 예약 하지 안했다고 좌절하지 마십시오.

여행블로거는 교통편을 탓하지 않습니다.
버스라도 찍어 놓으세요
.

눈 앞에 펼쳐진 수원화성의 길다란 계단

허벅지는 튼튼할 수록 좋다
훗.. 이정도 계단 쯤이야. 여행 블로거는 정말 많이 걷습니다. 여행 블로거의 특징은 겁나게 걷는다는데 있습니다. 제가 흡연을 거의 안하고 운동을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많이 걷는 날은 아침부터 눕기 바로 전까지 걷습니다. 그냥 밥 먹을때나 잠깐 앉아서 밥을 먹습니다. 밥 먹으면서도 카메라 점검하고, 다음 여행지 체크하느라 별로 쉬지도 않습니다.

이런 계단쯤이야 숨 한번에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됩니다.

혼자 미끄럼을 즐겼던 수원화성

카메라가 중요하다
저 이거 찍다가 저 눈밭에 제 체취를 마음껏 뿌려 놨습니다.

한없이 미끄러지는데도 불구하고 제 손에서 가장 안전하게 보관된 것은 카메라였습니다. 무릎팍 까지는거야 후시딘 하나면 되지만 카메라 망가지면 여행이고 뭐고 없습니다. 몸은 망가져도 카메라와 렌즈는 소중합니다. 무조건 감싸안고 굴러야 합니다.

명심하십시오. 카메라는 소중합니다.

갑자기 쏟아진 폭설 속의 수원화성

폭설쯤이야
여행도중 폭설이 내리거나 비가 오면 가장 힘든 것이 바로, 카메라에 떨어지는 눈 입니다. 눈이 렌즈에 붙어서 녹고, 눈이 녹으면 렌즈가 흐려지고 사진이고 뭐고 엉망이 되곤 합니다. 그래도 렌즈 닦아가며, 떨어지는 눈 털어내며 찍어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을 피해가며 사진을 찍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또한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바닥이 미끄러워지기 시작합니다. 위에서 허벅지 근육을 키우라는 것과 더불어 하루 한시간씩 평행봉 위에서 중심잡기 연습을 하는 것을 게을리 해서는 안됩니다.

여행 블로거는 폭설과 미끄럼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합니다.

제대로 찾아갔는데 아무 것도 없었던 송도 국제 업무지구

아무 것도 없어도 뽑아 내는 재주
간혹가다 정보 미흡으로 엉뚱한 곳에 갈 수 있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황량한 곳이라도 카메라를 들이밀고 마구 찍어댑니다. 정 말 할 것이 없다면 저  눈밭에서 미끄럼이라도 타며 눈썰매장이라고 바꿔 말하는 재주가 필요합니다.

사진을 잘 보시면 차량은 지나다니지 않습니다. 앞에 조그맣게 보이는 시속제한 60km 표지판이 보이시죠? 저건 눈썰매 제한속도 입니다. 눈썰매 타고 오다가 신호 걸리면 일단 정지 하셔야 합니다.

이곳은 송도에 있는 국제업무지구 눈썰매장입니다.

비가 겁나게 쏟아지던 부산 해운대

팔굽혀펴기 100개는 기본.
비 쯤이야 아무런 문제가 안됩니다. 한손에는 무거운 렌즈와 세로그립까지 달고 있는 카메라를 들고, 한손에는 우산을 들고, 어깨에는 카메라 가방을 메고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비가 많이 온다고 카메라를 집어 넣는 것은 여행 블로거로써의 자질 부족입니다. 매일 아령 2kg짜리를 양 팔에 하나씩 들고 어깨가 끊어질 듯 한 고통을 참아가며 근육을 단련하십시오.

체력 강화는 포스팅 하나가 늘어난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입김이 얼어 붙었던 대관령 양떼목장

영하 30도를 견딜 수 있는 옷 쯤은 기본
아랫도리 : 속옷 + 스타킹 + 쫄 + 내복 + 양말 + 등산용양말 + 두꺼운 등산바지
윗도리 : 런닝티 + 티셔츠 + 가디건 + 윈드브레이커 + 스키복(스노보드복)
추가 : 목도리 + 귀마개 + 장갑 + 등산화 + 손난로

겨울철 여행 블로거의 복장은 위와 같아야 합니다. 가볍고 예쁜 옷은 친구한테 줘버리세요.

춥다고 카메라 집어 넣고 다니면 자질 부족입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의 몽산포 해수욕장

여행 블로거는 놀지 않는다
이런 바닷가에서 친구들은 물놀이에 모래성 쌓기 놀이를 해도 절대 같이 놀아서는 안됩니다. 오로지 카메라만 통해서 놀아야 합니다. 덥다고 물에 들어가는 것은 여행 블로거의 자세가 아닙니다. 오로지 친구들이 노는 모습과 풍경에 대해서만 고민하십시오.

물에 들어가봐야 집에 돌아와 블로그 올릴 사진이 없다는 것에 중점을 두세요.

물놀이 따위.. 훗...


간혹 제 친구들은 제게 말을 합니다.
"너는 그래도 여행도 다니고, 사진도 멋지게 잘 찍고, 좋은거 많이 보니까 좋잖아~"

맞는 말이긴한데.. 그래도 어느순간 부터 이게 마냥 좋은건 아니더라고요. 어디를 놀러가더라고 항상 무거운 카메라를 지고 다녀야 되고, 풍경을 보더라고 블로그에 사진 올릴 생각을 먼저 하게 됩니다. 뭘 먹어도 마찬가지이고, 친구놈들은 저 멀리 가고 있는데 혼자 사진찍다 보면 항상 뒤쳐지게 됩니다.

그렇다고 나쁘다는건 아닙니다. 그렇게 한장 한장 찍은 것은 친구들에게 추억이 되고 제게는 소중한 포스팅 자료가 되거든요. 또한 간혹가다 여행 블로그라는게 웃기는 일도 많이 생기고 황당한 경험도 많이 생깁니다. 나중에 에피소드만 모아봐야겠습니다.

설마... 웃자고 쓴 글에 싸우자는 분은 없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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