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맞아... 알고 있었던 이야기야.
몇년전에 회사를 그만 두시고 계곡에 고깃집을 열고 식당을 하셨던 분이 계십니다. 대박집은 아니었지만 손님들은 꾸준했죠. "가게가 이렇게 계곡 깊숙히 있는데 홍보가 되요? 아시는분들만 찾아오겠는데.." 하니 "몇백만원만 있으면 TV에 나가는거 쉬워. 업체에서 먼저 전화가 와~ 근데 돈 아까워서 안하는거야.." 이러면서 쓴 웃음을 보이시더군요. 그때는 그냥 '그런갑다'하고 말았습니다.
제 블로그 또한 음식점 몇군데 소개해 드린 적은 있는데 다른데는 다 괜찮은데 딱 한군데... 속초에서 먹었던 그 생선구이집은 그냥 둘러보시라고 글을 올렸는데 맛집처럼 소개가 되어서 난감 합니다. 사실 그 생선구이집은 모 예능 프로에서 봤던것 만큼 반찬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고, 서비스도 그닥이었고, 생선도 그랬고 맛도 뭐 그럭저럭 이었거든요. 일반적으로 양이 좀 많았다 싶은게 전부였죠.
속초 가시면 그냥 관광 차원에서 둘러보시라 해서 올린 글이었는데 베스트도 되고 댓글도 많이 달리고 해서 난감했던 기억이 납니다.예능 프로에서 잠깐 나온 음식점이 그 정도인데 전문적으로 찍는 방송은 얼마나 파급력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된 포스팅이었습니다. 어쨌거나 요즘은 상당히 바쁜데 종로쪽에 일이 있어서 나간김에 스폰지하우스에 들러서 트루맛쇼를 봤습니다. 소극장 규모의 스폰지하우스는 참 마음에 들더군요. 작은 스폰지하우스에서 본 〈트루맛쇼〉는 역시 보길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가려운 곳을 박박 긁어 준다
TV에 나오는 맛집이 대부분 진짜 맛집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일년에 9천개가 넘는 맛집이 소개되고, 일주일에 177개가 소개된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면 더이상 비밀이 아니고, 언젠가는 터질 시한폭탄이었다는 것이다. 다 알고 있었는데 쉽게 말하지 못했던 일. 그 말하지 못한 일을 그냥 대놓고 까발리니까 이건 가려운 곳을 말도 안했는데 알아서 콕 찝어서 긁어주는 느낌이다.
맛집은 “교양”이 아니라 “예능”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맛집에 나왔던 사람들만 모아 놓은 화면 캡쳐가 돌아다니고, 똑같은 음식이 돌아다니는 사진이 떠돌았다. "왜 출연자가 같냐?"라고 질문을 했을 때 방송국의 답변은 "리액션 때문에 일부 출연자는 연기자를 쓴다"라고 말 해 놨던 것은 사실이다. 기존에 알고 있던 맛집이 사실은 패스트푸드 음식처럼 공장 시스템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의 그 허탈감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상상력을 허물어 버린다.
이 영화는 다큐가 아니라 블랙코메디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출연자들의 연기에 주변에서는 "아으~~ㅋㅋㅋ" 라는 탄식이 터져 나왔고, 출연자들 뿐만 아니라 관람하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미친듯이 웃는다. 옆자리에 앉았던 이름 모를 여자분은 얼마나 심하게 웃었던지 걸쳐 놨던 내 우산을 바닥으로 집어 던져버렸다. 왜 내 우산을....... 넋 놓고 음료수를 마시다간 앞자리에 뿜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
1. 상영하는 곳 찾는 것이 더 어렵다. 때문에 더욱 특별하다.
일반적인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는 볼 수 없다. 미리 상영극장을 알아야 하고, 상영시간을 알아야 하고, 그 시간에 맞춰가서 영화를 봐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시간을 들여 관람하고 나오면 다 보상을 받는 듯한 기분이 든다. 전국 다 합쳐봐야 상영관 7개. 일일 상영 횟수는 다 합쳐봐야 10회 정도. 방송 3사에서 방송하는 맛집 소개 숫자보다 적은 상영 횟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벌써 2천명이 넘게 극장을 찾았고, 저녁시간에는 자리가 없다고 한다.
〈트루맛쇼〉는 연일 매진이 되지만 불안하다. 상영관이 적다면 영화간판은 금방 내릴 수 밖에 없다. 그 간판을 좀 더 오래 지속 되고 확대하기 위해서는 관객들은 확대 상영을 요구해야한다. 그 확대 상영의 기회는 결국 관객의 힘일 수 밖에 없다. 방송사들은 이 영화를 TV에서 보여주지 못한다. 결국 트루맛쇼가 TV나 다큐멘터리 채널이 아닌 극장에서 상영을 해야 하고, 우리가 TV로 보는 맛집에 대한 다른 모습을 극장에서 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본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 영화를 나 뿐만이 아니라 더욱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2. 맛“쇼”를 만든건 결국 시청자다.
원칙은 무시되고 결과만 중요시하는 현재의 대한민국은 썩었다. 정치만 썩은 것이 아니라 TV도 썩었고, 그 썩어버린 TV 속에서 "너희들은 우리가 틀어주는대로 보고 웃어라. 아무 생각하지 마라!!"고 강요 당하고 있다. 일주일에 170개가 넘는 맛집이 소개되는 세균 배양실을 시청자들 스스로 만든 것이다.
이제는 그런 쓰레기 같은 프로그램을 없애라고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은 맛집의 쇼를 구분할 수 있고, 영화를 안 본 사람은 그 쇼가 어디까지인지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맛집 프로그램을 보는데 정말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 같은 느낌이다. 영화 〈맨인 블랙〉에서 충격 요법을 받고 나온 후에 외계인들이 숨어 있는 것이 보이는 기분이랄까?
유쾌 상쾌 통쾌한 기분으로 봤지만 맛집이라는 괴물 프로그램을 만든 것은 우리 자신이었고, 잘못되고 비뚤어진 것에 대해서 쓴소리 하지 않고 게시판에 투정하듯 불평만 쏟아냈던 시청자들의 잘못이다. 그리고 이제는 이 영화가 말하는 것을 실천할 때이다.
트루맛쇼 (The True-taste Show, 2011)
한국 | 다큐멘터리 | 2011.06.02 | 12세이상관람가 | 70분
감독 : 김재환
※ 트루맛쇼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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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에 회사를 그만 두시고 계곡에 고깃집을 열고 식당을 하셨던 분이 계십니다. 대박집은 아니었지만 손님들은 꾸준했죠. "가게가 이렇게 계곡 깊숙히 있는데 홍보가 되요? 아시는분들만 찾아오겠는데.." 하니 "몇백만원만 있으면 TV에 나가는거 쉬워. 업체에서 먼저 전화가 와~ 근데 돈 아까워서 안하는거야.." 이러면서 쓴 웃음을 보이시더군요. 그때는 그냥 '그런갑다'하고 말았습니다.
제 블로그 또한 음식점 몇군데 소개해 드린 적은 있는데 다른데는 다 괜찮은데 딱 한군데... 속초에서 먹었던 그 생선구이집은 그냥 둘러보시라고 글을 올렸는데 맛집처럼 소개가 되어서 난감 합니다. 사실 그 생선구이집은 모 예능 프로에서 봤던것 만큼 반찬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고, 서비스도 그닥이었고, 생선도 그랬고 맛도 뭐 그럭저럭 이었거든요. 일반적으로 양이 좀 많았다 싶은게 전부였죠.
속초 가시면 그냥 관광 차원에서 둘러보시라 해서 올린 글이었는데 베스트도 되고 댓글도 많이 달리고 해서 난감했던 기억이 납니다.예능 프로에서 잠깐 나온 음식점이 그 정도인데 전문적으로 찍는 방송은 얼마나 파급력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된 포스팅이었습니다. 어쨌거나 요즘은 상당히 바쁜데 종로쪽에 일이 있어서 나간김에 스폰지하우스에 들러서 트루맛쇼를 봤습니다. 소극장 규모의 스폰지하우스는 참 마음에 들더군요. 작은 스폰지하우스에서 본 〈트루맛쇼〉는 역시 보길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왜들 그래~ 다들 알고 있었잖아!!!!
가려운 곳을 박박 긁어 준다
TV에 나오는 맛집이 대부분 진짜 맛집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일년에 9천개가 넘는 맛집이 소개되고, 일주일에 177개가 소개된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면 더이상 비밀이 아니고, 언젠가는 터질 시한폭탄이었다는 것이다. 다 알고 있었는데 쉽게 말하지 못했던 일. 그 말하지 못한 일을 그냥 대놓고 까발리니까 이건 가려운 곳을 말도 안했는데 알아서 콕 찝어서 긁어주는 느낌이다.
맛집은 “교양”이 아니라 “예능”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맛집에 나왔던 사람들만 모아 놓은 화면 캡쳐가 돌아다니고, 똑같은 음식이 돌아다니는 사진이 떠돌았다. "왜 출연자가 같냐?"라고 질문을 했을 때 방송국의 답변은 "리액션 때문에 일부 출연자는 연기자를 쓴다"라고 말 해 놨던 것은 사실이다. 기존에 알고 있던 맛집이 사실은 패스트푸드 음식처럼 공장 시스템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의 그 허탈감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상상력을 허물어 버린다.
이 영화는 다큐가 아니라 블랙코메디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출연자들의 연기에 주변에서는 "아으~~ㅋㅋㅋ" 라는 탄식이 터져 나왔고, 출연자들 뿐만 아니라 관람하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미친듯이 웃는다. 옆자리에 앉았던 이름 모를 여자분은 얼마나 심하게 웃었던지 걸쳐 놨던 내 우산을 바닥으로 집어 던져버렸다. 왜 내 우산을....... 넋 놓고 음료수를 마시다간 앞자리에 뿜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
1. 상영하는 곳 찾는 것이 더 어렵다. 때문에 더욱 특별하다.
일반적인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는 볼 수 없다. 미리 상영극장을 알아야 하고, 상영시간을 알아야 하고, 그 시간에 맞춰가서 영화를 봐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시간을 들여 관람하고 나오면 다 보상을 받는 듯한 기분이 든다. 전국 다 합쳐봐야 상영관 7개. 일일 상영 횟수는 다 합쳐봐야 10회 정도. 방송 3사에서 방송하는 맛집 소개 숫자보다 적은 상영 횟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벌써 2천명이 넘게 극장을 찾았고, 저녁시간에는 자리가 없다고 한다.
〈트루맛쇼〉는 연일 매진이 되지만 불안하다. 상영관이 적다면 영화간판은 금방 내릴 수 밖에 없다. 그 간판을 좀 더 오래 지속 되고 확대하기 위해서는 관객들은 확대 상영을 요구해야한다. 그 확대 상영의 기회는 결국 관객의 힘일 수 밖에 없다. 방송사들은 이 영화를 TV에서 보여주지 못한다. 결국 트루맛쇼가 TV나 다큐멘터리 채널이 아닌 극장에서 상영을 해야 하고, 우리가 TV로 보는 맛집에 대한 다른 모습을 극장에서 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본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 영화를 나 뿐만이 아니라 더욱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2. 맛“쇼”를 만든건 결국 시청자다.
원칙은 무시되고 결과만 중요시하는 현재의 대한민국은 썩었다. 정치만 썩은 것이 아니라 TV도 썩었고, 그 썩어버린 TV 속에서 "너희들은 우리가 틀어주는대로 보고 웃어라. 아무 생각하지 마라!!"고 강요 당하고 있다. 일주일에 170개가 넘는 맛집이 소개되는 세균 배양실을 시청자들 스스로 만든 것이다.
이제는 그런 쓰레기 같은 프로그램을 없애라고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은 맛집의 쇼를 구분할 수 있고, 영화를 안 본 사람은 그 쇼가 어디까지인지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맛집 프로그램을 보는데 정말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 같은 느낌이다. 영화 〈맨인 블랙〉에서 충격 요법을 받고 나온 후에 외계인들이 숨어 있는 것이 보이는 기분이랄까?
유쾌 상쾌 통쾌한 기분으로 봤지만 맛집이라는 괴물 프로그램을 만든 것은 우리 자신이었고, 잘못되고 비뚤어진 것에 대해서 쓴소리 하지 않고 게시판에 투정하듯 불평만 쏟아냈던 시청자들의 잘못이다. 그리고 이제는 이 영화가 말하는 것을 실천할 때이다.
트루맛쇼 (The True-taste Show, 2011)
한국 | 다큐멘터리 | 2011.06.02 | 12세이상관람가 | 70분
감독 : 김재환
※ 트루맛쇼 홈페이지
※ 본〈트루맛쇼〉리뷰는 중요 스포일러를 포함하지 않습니다.
※ 사용된 이미지는 영화 리뷰만을 위해 사용되었으며,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제작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 사용된 이미지는 영화 리뷰만을 위해 사용되었으며,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제작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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