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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

[영화리뷰] 훌라걸스 フラガ-ル Hula Girls

by 더공 2010. 10. 22.


훌라 걸스 (フラガ-ル: Hula Girls, 2006)

감동이었다. DVD를 넣고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이 영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화려한 액션씬도, 그렇다고 화끈한 러브신도 없는 그런 영화를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면서 단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고 보고 말았다.

2007년 일본 아카데미상 11개 부문, 키네마준보 선정 올해의 영화, 마이니치 영화 콩쿠르 4개 부문, 블루리본상 3개 부문 등 총 10개 상 31개 부문을 석권. 미국 아카데미상 외국영화 부문에 일본 대표작으로 선정됐을 정도로 일본에서는 대박을 터뜨린 영화다. 광부의 딸, 아내들이 훌라춤을 추는 단순한 이야기가 마음을 사로 잡는것이 더욱 놀랍다.



1965년. 대한민국 vs 일본
어찌보면 한국의 상황과 비슷한 일이 오래전에 일본에서 일어났다. 검은 황금이라 불리우던 석탄 산업이 쇠퇴기에 몰리고 그로인해 그곳에서 일하던 수많은 노동자들은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는다. 깊고 어두운 지하 수백미터 아래에서 언제라도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서도 삶의 희망을 걸고 있했던 노동자들은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어간다. 100년 전통의 석탄 공장은 그렇게 서서히 문을 닫는다.

석탄 회사는 그 대안으로 석탄 1톤을 캘 때마다 40톤씩 나오는 온천수를 이용하기로 하고 "하와이안 센터"를 지어 일년 사시사철 언제라도 즐길 수 있는 관광지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지금보면 참 어처구니 없고 바보스러운 일인데 그들은 기어코 건물을 세우고, 물을 끌어올리고, 춤을 춘다. 지금이야 그런곳이 우후죽순처럼 많지만 이 이야기의 실제 배경이 되는 것은 1965년이다.

일본은 이미 1965년에 석탄 산업이 하향길을 걷고 있었다는 것이 더욱 놀랍다. 대한민국은 1965년에 월남전에 두개의 육군 사단을 파병하고 있던 시기다. 아직까지 시골에는 초가집이 대다수였고, 산에서 나무를 베어다가 장작으로 사용하던 아궁이가 넘쳐나던 시절이다. 대한민국은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이제 막 시작되던 시기로써 석탄 산업은 경제개발 계획중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일이었다. 대한민국이 새마을 운동 조차 있지 않았던 그런 시기에 일본은 하와이안 센터를 지어서 관광 사업으로 발전을 시킨다.



영화의 바탕이 된 조반 하와이안 센터

「조반 하와이안 센터」지금은 「 스파리조트하와이안즈 」다. 영화 「훌라 걸」의 무대이며, 실제로 촬영도 행한 장소이다. 하와이안 센터를 만들 때, 그 스탭을 전원 광부나 그 가족과 함께 만들게 했다는 일이다. 일본에서는 탄광에서는 「한 무더기 일가」라고 하는 서로 돕는 정신이 있었다고 한다. 즉, 탄광의 폐광 때문에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지 않도록 그대로 마을에서 함께 살 수 있게 하는 전통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수십년간 석탄을 캐는 일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하와이안 댄서가 되기 위해, 호텔의 안내원이나 식물을 관리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고생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1965년도에 그러한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고 기적이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또한 영화에서 훌라춤을 가르치는 히라야마 마도카(마츠유키 야스코)씨는 실제 인물이다. "카레이니 하야카와"라는 사람으로 1956년 하와이에서 폴리네시안 민속무용을 배운 인물이라고 전해진다.
실제 촬영이 이뤄진 조반 하와이안 센터 건물

1965년의 판타지

하와이안 센터를 지었지만 난방 장비가 들어오지 않아 나무들이 말라죽어가자 난로를 빌려달라고 돌아다닌다. 하지만 정작 본인도 반대했던 춤을.. 딸이(기미코ㅣ아오이 유우) 즐겁게 춤을 추는 것을 본 어머니는 본인 스스로 마을을 돌며 난로를 빌린다.

저는 한 때...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어두운 구멍에서 곡괭이질 하는 것이
일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려 춤을 추면서 일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전 이제 너무 늦었으니..
하지만 그 아이들은 웃으면서 일 할 수 있는 세상을 가져다
오리라 생각합니다.
그깟 나무 죽게 만들어서 그들의 꿈을 짓밟을 수는 없어요.

처음 배꼽을 드러낸 옷을 입고 춤을 추는 그들을 경멸과 괄시대접하던 사람들의 생각이 변한다. 마을을 위해 춤을 추는 아이들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자신들은 그렇게 어렵게 살았지만 아이들 만큼은 좋은 환경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다는 것에 더 큰 것을 찾는다.

정말 남녀노소 누구나 가릴것 없이 나이만 되면 누구나 탄광에서 일을 해야만 먹고 살아 갈 수 있었던 시절이다. 여성의 가린몸이 미덕이던 시절에 춤을 추겠다고 나선것은 분명 그들 스스로도 문화적인 충격이었을 것이다. 분명 생계를 위해서는 일을 해야 했지만 마땅한 일거리가 없는 폐광촌 사람들은 춤을 춰야 되지만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쉽지 않지만 결국은 받아들인다. 그게 현실이었고, 자신들 보다는 자기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게 된 것이고 결국은 이뤄냈다. 탄광촌에 하와이안 센터를 설립하고 사람들 앞에서 즐겁게 춤을 춘다. 無에서 有를 창조해 내고 그들의 꿈이었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했으니 1965년도에 판타지가 실현된 것이다.
보여지는 감동

웃기면서도 감동이 찡해지는 것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장면 장면이 웃기지만 그 웃음의 뒷편에서는 찡한 감동이 묻어나온다.

아버지가 해고 당한날 아이는 아무 것도 모른채 집에서 춤을 춘다. 어버지는 격분하고 심한 매질을 한다. 그러면서도 아이는 "아버지가 해고 당해서 마음이 아픈데 자기는 그런것도 모르고 집에서 춤이나 추고 있었던 자신의 잘못"이라고 말한다.

춤을 그만 두면서 자신은 기쁘다고 말한다. "짧았지만 너무 기분 좋은 꿈이었어.." 그리 못살던 시절에 단 한번이라도 즐겁게 꿈을 꿀 수 있었다는 그 말이 왜 그리 슬프게 다가왔는지는 모르겠다. 자신은 결국 다른 탄광촌으로 이사를 가면서도 즐거웠다는 그 말은 친구를 대신해 자신의 즐거운 꿈을 실현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히 묻어 나온다.

내 어린시절 단 한번 있었던 급작스러운 전학이 생각났다. 그동안 알고 지내던 그리운 곳, 친구들과의 헤어짐, 낯설고 어려웠던 어린시절의 기억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영화의 성공

이 영화는 <아오이 유우>라는 초대형 신인이 보여주는 환상적인 춤 실력도 볼만 하지만, 모든 출연진이 영화속에서 개성을 발휘하는데도 튀지 않는다. 각 캐릭터의 성격이 자연스럽게 묻어 나오는 영화는 보기 드물다. 출연진들은 영화가 시작하기 전부터 수개월간에 걸쳐 춤 연습을 하고 종반에는 상당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더군다나 영화는 즐겁고 밝게 끝난다. 비극이 아닌 해피앤딩으로 모두가 즐겁게 끝을 맺으니 얼마나 좋은가.
DVD

훌라걸스 감독판 (Director's Edition)에서는 10분 분량이 추가로 삽입이 됐고, 4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가 추가된다. 더군다나 총 3장으로 구성된 DVD는 본편 못지 않은 재미를 준다. DVD 세장의 총 시간은 무려 6시간 분량이다. 다큐멘터리, 시즈짱 인터뷰, 메이킹, 프로모션, 삭제장면, 추가영상, 진실의 훌라걸스, 사유리의 사랑, 무대소개, 타히티안, 걸스도감등 볼거리가 아주 많다.

큰 키에 나무 토막 같던 시즈짱의 30분 분량의 재밌는 다큐멘터리도 부가 영상에 추가됐다. 영화보다 더 재미있는 장면이 포함되서 배꼽이 빠진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화질이 그다지 선명하지 못한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훌라걸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아오이유우를 좋아하는 사람은 부가 영상에서 색다른 영상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마니아라면 적극추천한다.
ⓒ 더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