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Travel2010.04.18 23:30
번데기 기억의 남산
남산 하면 언제나 기억나는 일이 있습니다. 고모가 서울 구경을 시켜주신다면서 남산을 데려가셨죠. 높은 건물과 수많은 차들은 시골에서 자라온 제게는 놀라움과 어디인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그리고 맛있는 번데기까지 그야말로 환상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지금은 번데기를 잘 안먹는데 처음 먹는 번데기는 왜 그렇게 맛이 있었던지 정말 컵 하나에 담긴 번데기를 정신 없이 먹었습니다. 

그렇게 사촌과 내가 번데기에 정신이 팔려 있을 즈음 주변에 내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끝이 어딘지도 모를 계단이 펼쳐져 있었고, 저와 사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울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울었을까? 헐레벌떡 뛰어 오시던 고모는 화가 나 있었습니다. 왜 빨리 안따라오고 어디에 있었냐는 것이냐며 화를 내셨죠. 우린 그냥 사준 번데기만 먹고 있었을 뿐인데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화가 나실만도 합니다. 어린 조카들 서울 구경 시켜준다고 데려 와서, 그 높은 계단을 올라가셨는데 얘들이 안보이자 다시 내려왔다가 애들을 발견하고 다시 올라갈 생각에 화가 나셨으리라 생각이됩니다. 성인이 된 지금도 그 계단은 역시나 높고 멀기만 합니다. 결국 사촌과 저는 남산 꼭대기는 못올라가고 그냥 고모 손에 질질 끌려서 다시 내려왔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는 추억도 아련하고.. 그 남산에 야경을 한번 찍어보자고 올라갔습니다. 새롭게 변신한 서울 N타워는 사실 추억보다는 새로움이 더욱 많아졌습니다. 별 볼것 없던 공간에는 각종 음식점과 영화관이 생겼고, 시설은 한층 더 깨끗해졌습니다. 다소 아쉬운 점이라면 끝없이 늘어선 정체불명의 열쇠들이 시야를 가린다는 것일 뿐, 남산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추억 쌓기엔 더없이 좋은 곳임이 분명합니다.
 
























ⓒ 더공


Posted by 더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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