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IT

떠돌이 시골 약장수보다 못한 파워블로거지

by 더공 2011. 7. 5.


     시골에 불어닥친 전기밥통 열풍
“1983년 일제 코끼리 밥통 사건”이후 국내에서도 전기밥통이 만들어졌고, 전국적으로 전기밥통이 유행이었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 전기밥통 보면서 얼마나 신기하고 놀랍던지 말로 못할 정도였죠. 여름철 땀 뻘뻘 흘리면서 불 땔 필요없이 바로 물만 부으면 밥이 되는 그 기계는 TV속에 나오던 마징가보다 더 뛰어난 최첨단 기계였습니다. 겨울에는 방바닥보다 더 따뜻한 보온 기능까지 갖췄으니 진짜 상상도 못할 기계였죠.

여러 밥통 회사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까지 판촉전을 펼칩니다. 시골 마을은 누가  먼저 들어가느냐에 따라서 판매량이 달라지니까 오히려 도시보다 더 치열한 각축전이 펼쳐지곤 했습니다. 영업사원은 동네에서 가장 말빨 쎄고 파워 있는 아줌마를 찾아가서 물건을 구매하게 하는 겁니다. 11개 팔아주면 1개 공짜!! 몇 개 더 팔면 가격 더 인하!! 물론, 그 밥통을 사는 사람들도 번쩍번쩍 빛나는 스댕(스테인레스) 냄비를 사은품으로 받는다거나, 시커먼 후라이팬을 받는 것이었죠.

그러한 공동구매는 담장이 돼지감자가 심어져 있어서 별명이 돼지엄마였던 아랫집 아줌마가 담당했습니다. 돼지엄마는 전기밥통을 공동구매 형식으로 동네 아줌마들 상대로 팝니다. 돼지엄마는 그것 뿐만 아니라 후라이팬도 팔았고, 쓸모없는 커다란 솥도 팔았고, 전기 다리미도 팔고 그랬습니다. 제품에 따라 다 팔아주기도 하고, 다 못팔 때도 있었습니다. 다 팔면 제품 하나 남기는 것이고, 못 팔면 팔린 갯수에 따라 냄비 같은거 하나 받고 남은 물건 돌려주는 방식이었죠. 넉넉한 형편이 아니어서 그러한 제품 판매에 대해서 더 적극적이었을 수도 있었습니다.


“돼지엄마의 사생결단 A/S 요구”

그런데 이 전기밥통이라는게 급하게 만든 제품이다보니 고장이 많았습니다. 밥이 설익는다거나 밥이 다 타버리거나 하는 증상이었죠. 고장나면 밥통을 들고 돼지엄마 집으로 갑니다. 그러면 그 아줌마는 영업사원한테 전화를 걸어서 고장난거 고치러 오라고 해서 A/S 담당자가 고쳐주고 했었죠. 고치기 힘들어서 들고 가야 할 경우에는 자기가 쓰던 전기 밥통을 그냥 내어 줍니다.

고장나는 집들이 늘어나자 돼지엄마는 결단을 내립니다. "다른거 팔아줄테니 한번 와라.." 해서는 영업사원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밥통이며 사은품을 다 걷어서 마당에 쫙 펼쳐 놓은 후에 "이 놈이 시골 사람들 무식하다고 이런걸 팔았냐!! 우리 업신 여기는거냐!! 이거 다 가져가고 돈 내놔라 이놈아!!"라면서 한바탕 난리가 납니다. 낡은 플라스틱 바가지를 마당에 깨 부수는 퍼포먼스도 펼칩니다. 어느새 마당은 돼지엄마, 전기밥통, 영업사원, 동네 아줌마 아저씨, 애들까지 꽉 찹니다.

서슬퍼런 돼지엄마의 호통에 영업 사원은 싹싹 빌고 바로 다음날 밥통을 수거해 갑니다. 밥통은 몇일 후에 싹~~ 새것처럼 변해서 왔었습니다. 그 이후로 잔고장은 있지만 큰 고장은 없이 최첨단 전기밥통 하나로 아주 오래오래 밥을 해 먹었습니다. 다음에 그 회사에서 물건을 들고 올 때에는 좀 더 좋은 제품을 들고 온 것은 말 할 필요도 없겠죠.

물건을 파는 사람도 그렇고, 그 물건을 소개하는 사람도 그 물건에 대해서 책임 질 수 없다면 팔지도 소개하지도 말라는 겁니다. 최소한 돼지엄마는 물건 소개할 때 "이거 몇개 팔면 나한테 어떤게 돌아와. 더 팔면 물건 값도 더 싸지고"라며 모든 거래 내역을 공개했습니다. 작은 시골마을에 옆집 밥그릇이 몇개인지까지 아는 판국에 더 남겨 먹기도 힘든 일이었죠.


     약장수? 봐도 그만 안봐도 그만. 시골 사람들도 알건 다 안다
약장수들이 시골마을에 왔습니다. 천막 쳐 놓고 공연 전날 예쁜 여자들이 시골에서 보기 힘든 옷을 입고 서커스 보러 오라고 광고 합니다. 막상 공연장에 가보면 얘들은 들어오지 못하게 합니다. 그럴때면 구멍으로 들여다 보면 서커스는 미끼였고 말 그대로 약장수였습니다. 그 약이라는건 커다란 유리병에 들어 있는 시커먼 색깔의 물약이었는데 "녹용이며 백복령이며 귀한 재료로 만들었으니까 얘들은 먹이지 마세요"라며 팔고 있었습니다.

마술도 보여주고, 수영복 입은 여자들이 서커스(?) 비슷한 것도 보여주고, 노래도 부르면서 약을 팔았습니다.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오랜 지병으로 앉아만 있었다는 사람이 벌떡 일어나는 2천년전 기적을 보여줍니다. 사회자가 동네 사람이라는데 저는 아무리 봐도 잘 모르는 아저씨였습니다. 왁자지껄 후다닥 지나가니까 동네 어른들도 '누구지?' 긴가민가 하면서 물약의 은총을 받은 사람을 신기하게 봤습니다.

그 약장수들은 보름 넘게 쑈를 하고, 떠나기 전에 약을 구매한 사람중에 냉장고 추첨이 있었습니다.

냉장고 추첨은 진짜 였습니다. 마지막날에 당첨되신 할머니는 언덕 제일 꼭대기에 사시는 분이었는데 단순히 "쑈"를 보기 위해 그 먼길을 매일 내려 오셨답니다. 더군다나 그 기적의 약을 할부로 20만원 넘게 사셨고, 냉장고에 당첨 되셨습니다. 문제는 그 할머니 집에는 전기가 안들어 온다는 것이 문제였죠. 동네 사람들과 구경 갔었는데 냉장고는 좁아터진 마루 한귀퉁이에서 찬장으로 사용하고 계시더군요.

어쨌거나 그 약을 먹고 아픈 곳이 나았다는 동네 사람은 없었고 그냥 "쑈"를 본 것으로 약값 대신 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 약을 먹고 좋아진 사람도 없었지만 약 때문에 탈 난 사람도 없었으니 말입니다. 대부분이 몇만원 안쪽으로 약을 구입했으니 그냥 ‘아무 일 없네’하고 말았죠. 그리고 몇년 지나 약장수들이 다시 왔지만 첫날 둘째날 쑈만 보고 약은 거의 구매하지 않아 결국 일주일만에 철수했습니다. 학습효과인지도 모릅니다. 먹어도 아무 탈은 안나지만 효과도 없다는거. 약을 사지 않아도 쑈는 볼 수 있다는거. 이게 벌써 20여년전 일 입니다.

나중에 똑같은 병에 담긴 약이 뉴스에 나오는 겁니다. 녹용이며 백봉령은 전~혀 들어가지 않았고, 물에 식용 색소 조금 넣고 맛 내는거 조금 넣어서 만들었다고 나오더군요. 그런데, 가짜 약을 샀다는 것 보다는 예쁜 누나들의 쑈와 마술을 다시는 못본다는데 더 안타까운 어린 시절의 기억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구멍도 일부러 애들 보라고 뚫어 놓은 것은 아닌지...



     SNS시대의 현대판 인터넷 약장수
“어서오세요~손님~ 만병통치 물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그런 약장수가 인터넷 상에도 존재한다는 것이 참으로 씁쓸합니다. 물만 먹으면 만병통치가 된다는 정수기부터, 돌리기만 하면 잔류 농약이 싹 없어지는 오존 제품까지 팔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올라오는 거품을 가지고 농약 잔류물이라는 믿지 못할 글까지 수백개의 댓글로 혹하게 만듭니다. 저처럼 삐딱하게 제품을 보는 사람들은 거품은 거품인데 사람들은 그걸 그냥 믿습니다. 한번 씻어 나온 물로 행주도 빨고 세탁도 하는거 보면서 진짜 웃겨 죽는줄 알았습니다.

2011년 7월 2일 MBC 주말 뉴스에 나온 내용입니다. 여기서 중요한건 바로 저 타이틀 입니다. “블로그 운영자, 2억1천만원 수수료 챙겨” 여기에서 두번 놀랍니다. 블로그와 2억 1천만 원이라는 것이죠. 속이 뜨끔하신 분들 분명 있을 겁니다. 블로그로 어떻게 2억원이 넘는 돈을 단시간에 벌 수 있을까 하는 겁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글을 보고 수십만원짜리 제품을 구매한다? 이해되지 않는 일이지만 그 블로거는 수십만원짜리 제품을 3천대나 팔았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긴 합니다. 그 블로거와 다른 몇명에게는 세무조사가(신문기사) 착수된다고 합니다. 저는 세무조사 보다는 피해자들이 입은 유형 무형의 피해 보상은 어떻게 할지 그게 더 궁금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실망한 것은 적극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기다려 보라면서 사업자폐업신고 하고 블로그 글 지우면서 책임 회피 수순을 밟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피해보상카페에서는 수천명의 피해자가 피해사례를 올리고 있으며 그 이전에 썼던 글은 전부 스크랩 되어 남겨져 있습니다. 지운다고 지워지는 일이 아니며 피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닙니다.

최소한 시골 마을을 떠돌던 약장수도 몸에 해로운 약은 팔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약을 팔기 위해 그들은 수십명이 최선을 다해서 몇날 몇일이고 "쑈"를 펼쳤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인터넷 영업사원들은 아무런 쑈도 없이 그저 자기 주머니만 채우기 위해 다른 사람을 속이는 사기를 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너도 뭐 받았냐?
저 또한 베스트블로거 인터뷰도 했고, 인지도가 있는 블로거라 생각합니다만...
위에 있는 블로거가 코끼리라면 저는 개미똥꼬에 붙어 있는 먼지 정도의 인지도??


처음 이 기사가 나왔을 때 지인이  트위터로 물어보더군요. "더공도 뭐 받고 그래?" 뭔 소린가 했는데 이런 분위기가 일반적입니다. 트위터 상에서는 블로거라고 하면 "뭔가 받았겠지.." 하는 의심을 먼저 합니다. 결국 몇명의 블로거가 전체를 그런 눈길로 바라보게 만들었다는 얘기죠. 하루 몇백원 벌기도 힘든데 그런 의심까지 받는다니 이건 기가 막힐 노릇이죠.

뉴스만 보면 '리뷰를 쓰고 공동구매를 하면 정말 돈을 많이 버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블로그 하시는 분들. 정말 그런가요? 가끔 영화 리뷰를 올리는 저는 돈 아끼려고 조조로 예매해서 영화 보고 시간 날 때 리뷰를 씁니다. 어떤 분은 시사회 티켓도 종종 받는다 하는데 솔직히 그런건 부럽습니다. 물론, 재미 없는건 재미 없다 쓰는 제게 그런 기회는 없겠지만 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처럼 100% 사비 들여서 여행가서 글 쓰고, 음식점 리뷰 올리고, 육아 일기 쓰고, 재미 있는 얘기 쓰고, 요리 만듭니다. 파워블로거니 베스트 블로거니 딱지 달아도 그냥 좋아서 글 쓰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좋은 블로그가 수천 수만배 더 많습니다. 그러한 좋은 글을 찾아서 읽는 것은 순전히 그 글을 읽는 사람들의 몫이겠지만 말입니다.

최소한 제가 알고 있는 분들은 회사 업무와 육아에 힘들어 하면서도 방문해 주시는 분들 때문에 즐겁게 글을 쓰시는 분들입니다. 책 내는 것이 소원이신 분은 사비털어 책 내용을 한장 한장 만들고 계시는 분도 계십니다.


     블로그를 통한 리뷰, 공동구매, 광고 자정이 필요한 시기

저는 다른분이 블로그를 통해 돈을 버는 것에 대해 불만은 없습니다. 좋은 제품, 좋은 물건 소개하고 일정 부분의 수수료를 받는다 하더라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리뷰면 "리뷰", 광고면 "광고"라고 밝혔으면 좋겠습니다. 리뷰가 아닌 것 같으면서 은근슬쩍 리뷰를 하는 포스팅, 제품 소개를 하면서 아닌척 하는 포스팅. 딱 보면 “아.. 이건 제공 받았구나”하는거 알만한 사람은 압니다. 더불어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포털에게도 그러한 광고 포스팅에 대해서 발행금지라든지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규모가 커지면 문제가 생기는건 시간 문제입니다. 한번 생각하고, 두번 생각하고, 정말 같이 써도 되겠다 싶은 물건이나 제품을 추천했으면 좋겠습니다. 블로그가 일인 미디어고 일인 기업이라 하더라도 책임질 수 없다면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분명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을 알고 있고, 타인의 재물을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취할 때에는 떠돌이 시골 약장수 보다 못한 사기꾼이 됩니다.

트위터에서 이번 사건을 두고 파워블로거지라는 말까지 떠돌고 있습니다.
블로거들 스스로 최소한 “블로거지”는 되지 맙시다.



※ 트위터에 오시면 더공의 폭풍 트윗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dugong
※ 더공 블로그는 맑은고딕을 사용하였습니다. 클리어타입으로 보시면 깨끗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트윗애드온즈에서 좋은 블로그 당 만들었습니다.
     http://bit.ly/mNDVPc 트위터와 블로그 있으신 분은 가입하세요. 활동이고 뭐고 아무런 제약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