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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Travel

놀이터에 세워진 집 안양예술공원

by 더공 2011. 2. 18.
저는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나왔습니다. 산을 두 개 넘고, 물 건너고 논두렁 밭두렁을 지나가야 학교에 갈 수가 있었죠. 아침에 밥 먹고 동생 손 잡고 학교에 가면 정확하게 한시간 반이나 두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눈이 많이 오면 새벽에 이장 아저씨가 어른들 불러서 학교까지 길을 내어야 학교에 갈 수가 있었죠. 비 많이 와서 개울 넘치면 학교는 가고 싶어도 못갔습니다. 그러다보니 초등 6년 동안 개근상이 하나도 없네요.

그러한 학교에 놀이기구라고는 무시무시하게 생긴 사다리 같은거 여러개 붙어 있는 것과 쇳덩이로 된 낡은 미끄럼틀, 그리고 철봉이 전부 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놀이터만 보면 그 어린 시절 못해본 보상이라도 받을 듯이 아주 꼼꼼하게 만져 보고, 직접 타보지는 않더라고 손으로 한번씩 움직여 보곤 합니다.

안양예술공원에서 가장 나중에 만들어진 곳이 이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기존에 작품들을 들여 오면서 어린이들을 위한 것은 없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만들어진 곳입니다.

이 놀이터는 미로언덕에 세워져 있습니다. 놀이터의 규모는 작지만 아이들이 놀기에는 아주 좋아 보이더군요. 지금 사진에 보이는 것은 플라잉시티가 디자인한 기구입니다. 마치 정글짐과 집을 결합한 것 같은데 사다리를 오르고, 계단을 지나고 좁은 복도를 지나면서 놀 수 있습니다. 어른들이 지나가기에는 상당히 좁아서 어린아이들만 가능한 놀이기구 입니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바닥이 상당히 푹신푹신합니다. 마치 침대 위에 올라간 듯한 느낌의 바닥 재질로 만들어져 있어서 아주 부드럽더군요. 날씨가 좀 더 따뜻한 날에는 많은 아이들이 아주 단순하고, 별다른 거 없어 보이는 이 곳에서 시간 가는줄 모르고 놀더군요.찾아간 날은 날씨는 좋았는데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텅텅 비었더군요.

혼자 폭신폭신한 놀이터에서 느긋하게 사진 찍으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일반 놀이터처럼 아기자기한 것들 대신에 독특한 놀이기구들이 있습니다. 어른들은 한두번 해 보면 금방 실증낼 만한 것인데도 아이들은 아주 단순한 것을 가지고 하루 종일 노는 것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총 여섯개의 테마를 가지고 있으며 모든 놀이기구는 단순해 보이지만 아이들이 빠져드는 미로를 테마로 만들었습니다.

단순하게 정지되어 있는 놀이기구가 아니라 "뛰고, 걷고, 구부리고, 올라가고, 만지고" 하는 놀이를 쉽게 하지 못하게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쉽게 하지 못한다는 것은 하여간 여기 있는 놀이기구를 이용 하려면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사진에는 안나왔지만 다람쥐 챗바퀴라는 것이 있는데 말 그대로 원통 안에 들어가서 겁나게 발을 굴러야 원통이 회전합니다. 그리고 저 미끄럼틀도 어쨌든 기어 올라가야 하고, 저쪽에 있는 집도 기고 손으로 잡고 올라가야 임무를 완수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어른들이 한다면 10분도 안걸리지만 아이들은 단순 / 무한 / 오토리버스를 작동 하잖아요.
미끄럼틀의 모양입니다. 어른들이 올라간다면 그냥 다리찢기 신공으로 올라갈 수 있겠지만 아이들은 쉽게 올라가기 힘들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물론 까칠한 얘들은 "거참 유별나게 만들었네"하겠지만 미끄럼을 타기 위해서는 어쨌든 저 입구를 기어 올라가야 됩니다.
첫 사진에서 보았던 집 아래의 모양입니다. 사진으로는 다소 커 보이겠지만 높이가 1m 조금 넘는 높이라서 어른들이 통과 하려면 허리를 반 쯤 숙이고 지나가야 합니다. 바닥은 시멘트가 아니라 푹신푹신한 재질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따뜻한 날 아이들과 같이 산책을 나오시거나, 예술공원에 오셨다면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셔도 좋을 듯 합니다.

어른들은 제발.. 얘들 놀이기구를 탐하지 마세요~~


안양 예술공원은 벚꽃이 아주아주 예쁘게 피거든요. ^^
꽃피는 봄이 오면 카메라 들고 출사하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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